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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울먹이는 전화를 받았던 것은 2011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며칠간의 폭우가 끝난 바로 다음날 아침이었다.


파주에 계시는 장인어른이 새벽녘 범람한 하천을 피해 신발도 신지 못하신채 간신히 몸만 피해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처가로 나오셨단다.


장인어른은 파주에서 염소를 키우시면서 건강원을 하고 계시느라 장모님과는 따로 떨어져 계신다.


회사에 사정 얘기를 하고 바로 파주로 갔다.


장인어른이 계시는 곳은 폭이 약 20여미터정도되는 하천 바로 옆인데 그 이전에도 여러번 수해를 입어 하천옆으로 꽤 높은 둑을 쌓아놓았다.

왠만한 폭우가 와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높이인데 뜻하지 않게 하천이 범람을 해 둑을 넘어왔다.


위쪽에 다리하나가 있는데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와 나무들로 인해 다리의 교각사이가 막혀버려 하천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다 장인어른이 계시는 가게쪽으로 범람을 해버린거다.


물이 빠지고 남은 곳은 처참하기 이를대가 없었다.


조금은 다행일까 가게가 약간 움푹패인곳에 위치하다보니 범람을 한 하천이 고여있다 빠져나간 것 같은데 휩쓸고 지나가는 위치였다면 피해는 더 말할 수 없었을 거였다.

그래도 휩쓸고 들어온 힘으로 무너진 몇 몇 벽들도 보였다.


가게바닥과 거주하시는 곳의 방들과 앞 길은 쓸려온 흙더미와 뻘들로 인해 종아리까지 흙더미가 쌓여서 들어가기 조차 쉽지 않았고 함께 떠내려온 쓰레기더미들도 군데군데 쌓여있었다.


물이 빠져나간지 채 반나절이 되지 않았을 듯 싶지만 더운 날씨로 인해 슬슬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가게로 들어가기 위해 한사람이 발을 디딜만한 곳의 흙더미를 퍼내는데만도 힘이 들었다.


대면한 장인어른은 그래도 덤덤하시다는 듯 바쁜데 뭐하러 왔냐 인사를 건네셨고 나는 딱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장인어른은 뭐하나로도 건질만한게 있는지 집기들을 물로 씻고 계셨다.


벽에 남아있는 물이 들어찬 흔적을 보니 내 키만큼 물이 찼다가 빠져나갔나 보다.


새벽녘 다리 위쪽에서 물이 조금씩 넘어와 들어차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중요 물건들을 챙겨놓고 염소나 개들 우리도 다 열어놓고 차를 빼려고 하는 찰나에 물이 밀고 들어와 간신히 몸만 빠져나오셨다고 한다.

참 신기한게 동물들이 재난을 빨리 감지한다고 하더니 장인어른이 챙기기도 전에 벌써 지붕에 다 올라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흘간의 휴가를 더 내고 수해복구를 해나갔다.


폭우는 그쳤지만 간혹 쏟아지는 빗줄기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만 보는 시간이 때때로 이어졌다.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보며 참 허망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게 많이 없구나.


쌓여진 쓰레기와 흙더미들은 근처 공병대에서 나와 수습을 해주었다.

참 감사할 따름이다.


군대에 있을때 대민지원을 나가는게 오히려 편하고 했었는데 그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또한 군대에서도 읍사무소에서도 방역을 자주 나왔는데 수해복구 현장에 있다보니 전염병등의 질병방지를 위해 왜 방역에 그렇게 힘쓰는지 알게되었다.

하루가 지나니 몸이 간질간질 하기 시작했는데 여러가지 것들이 더운날씨에 방치가 되다 보니 쉽게 부패해지고 사람에게도 그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며칠간의 수해복구가 모두들 큰탈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뭐 눈에 보이는 것만 마무리 되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손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매번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마음을 졸이게 된다.


이제 여든이 되어 가시는 장인어른을 볼 때 이제 그만 손을 놓으실 때도 된 듯 싶다.


가끔 우리에게 아쉽고 아깝다는 말씀을 하시며 그럼에도 여전히 손을 놓지 못하고 계시는데 그게 장인어른의 전부이시기 때문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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