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006. 이런저런 이야기들 - 지난 여름 비를 떠올리며 이야기 하나

더 넓은 세상으로 2018. 9. 27. 19:08


지난 여름

비가 억수로 내리는 어느날 내리치는 번개와 천동소리에 눈을 떴다.


둘째와 막내를 재우며 살짝 잠이 들었나 보다.

아이들을 재우려다 내가 먼저 잠이 들고는 하는데 그러다 잠이 깨면 항상 잠은 저멀리 달아나 버리고 만다.


그제 부터 시작된 비가 오늘은 더 맹렬하게 세를 과시하고 있다.


퇴근 무렵 계속 울려대는 재난안전메시지로 인해 서둘러 전화를 돌렸다.


5월 어느날 아침!

동생으로 부터 온 카톡에는 뒷 집 축대가 무너져 집마당으로 흘러내린 사진이 하나 놓여있었다.


며칠 계속되었던 비로 인해서 새벽녁에 뒷 집 마당의 1/3 가량이 축대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자다가 '꽝' 소리에 놀라 나와보니 뒷 집 축대가 무너져 내렸단다.


50여년이 넘은 오래된 주택에 벽돌로 지어진집이라 집으로 밀고 들어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나 다행히 어느정도 마당쪽으로 흘러내려 벽을 밀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무너져 내린곳이 바로 부모님이 계시는 안방쪽이라 자칫 큰일이 일어날 뻔 했다.


그래도 육안으로도 느껴질만큼 안방벽이 안으로 휘어졌었다.


퇴근을 하자마자 본가에 들려 상황을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

화가나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다.


그저 윗집을 오고가며 벌어진 일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어찌되었든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앉아 있다 집으로 돌아왔다.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워낙 오래된 건물과 동네이기도 하고 건너편에 이루어지는 재개발 현장의 공사충격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사후처리에 있어 다행히 아버지가 재개발현장의 발파와 공사등으로 구청과 건설사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셨던 것이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

보상을 바라고 하신 것이 아닌 크랙등으로 인해 진짜 문제를 제기하셨다.


하지만 잘잘못을 따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한달후에 있을 지방선거가 빠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었다.


표가 무섭긴 무섭나 보다 선거때를 제외하고는 볼 수 없는 양반들이 당을 떠나 얼굴을 드밀고 해결의 의지를 보인 것을 보면 말이다.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일이다.


좁은 계단식 골목에 층층히 위치한 집들이다 보니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복구공사를 하다 보니 꽤 오랜시간이 걸려 복구가 이루어졌다.

여름이 되기전 공사가 완료되었으나 충분히 다져질 시간이 없다고 생각이 들다보니 조금이라도 비가 많이 오면 걱정을 놓을 수 가 없다.


동네에서 현재 부모님이 사시는 구역만 재개발을 못하고 있다.

여러번의 재개발시도 끝에 각자의 이익다툼으로 무산히 되고 현재는 그저 떠나지 못한 자들만 남아있는 형국이다.


아마 서울에서 오래된 동네중에 하나일 것이다.

언젠가 부터 드라마상에서 오래된 동네나 못사는 동네의 배경을 삼을때 자주 등장하게 되더라.


초등학교 1학년때 이사간 후 현재까지 살고 있는 본가!

당시 부모님은 지금의 건너편 동네로 가고 싶어하셨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금의 집을 사고 싶어하셨단다.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의 뜻대로 현재 집에 머물러 아직까지 40여년 가까이 터를 지키고 있다.


건너편 동네로 갔으면?? 꽤 많은 돈을 손에 쥐었을 것 같다.


며칠전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주택조합하나가 들어왔나 보더라.


좋은 조건에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털고 떠나셨으면 좋겠다.


오래된 터를 떠나 것이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떠날때가 된 것 같다.


아니 너무 늦었다.